성현이 쓴 문집 『용재총화』에는 조선 시대 실제 사건과 풍문이 다양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중 ‘한양 도성 상공에 하늘 나는 뱀이 나타났다는 목격담’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당시 자연 현상과 사회 인식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한낮 도성 위를 가로지른 뱀
조선 성종 시대의 문신 성현은 다양한 사건과 풍속을 글로 남긴 인물로, 그의 저서 『용재총화』에는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들도 다수 실려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하늘 나는 뱀 목격담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 일이 일어난 장소가 시골이 아닌, 사람들로 북적이는 수도 한양 도성 한복판이었다는 것입니다. 한낮 대낮, 맑은 하늘 아래에서 많은 이들이 뱀이 날아가는 듯한 장면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성현은 이 목격담을 자신의 글로 남길 만큼 충분히 신뢰할 만한 이야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사람들이 본 장면은 단순히 구름이나 연기처럼 모호한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길고 구불구불한 형체였으며, 하늘 위를 서서히 가로질렀다고 전해집니다. 이 장면은 수많은 사람이 함께 목격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 사이에 빠르게 퍼졌고, 일종의 공포와 경외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당대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보기보다는 어떤 특별한 조짐으로 받아들였고, 불길함과 신성함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이 현상이 목격된 시점이 조선 내부에 다양한 정치적 불안이 번지던 시기와 겹친다는 점입니다. 민심이 흔들리고, 정책이 흔들리면 하늘도 변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시대였기에, 하늘 나는 뱀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어떤 큰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성현이 『용재총화』에 이 이야기를 굳이 남긴 이유는 당대 백성들의 정서와 시대 분위기를 함께 기록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한양 도성 하늘 위를 날아다닌 뱀의 형상은 그렇게 역사와 상상, 그리고 감정이 교차한 한 장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용재총화와 기이한 짐승들
『용재총화』는 조선 초기의 생활상, 풍속, 문화 등을 폭넓게 담은 백과사전 같은 책입니다. 성현은 문신이자 학자로서 엄정한 시각으로 당시의 기록을 남기려 했고, 그래서 그의 저술에는 정치와 문학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흥미로운 관찰도 포함됩니다. 하늘 나는 뱀 이야기는 이러한 성격의 대표적인 예이며, 한양 도성이라는 중심 공간에서 벌어진 일로서 더욱 주목받습니다. 이 목격담 외에도 『용재총화』에는 기이한 새나 동물, 이상 기후 등 다양한 자연현상이 등장합니다. 실제로 조선 시대에는 유독 뱀에 관한 기록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뱀이 예로부터 길흉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뱀이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는 묘사는 동양 문화권에서 ‘승천’이나 ‘변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사용되어 왔으며, 하늘 나는 뱀은 단순한 공포가 아닌 ‘변화의 예고’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자료와 고서 목록 속에서도 『용재총화』는 중요한 고문헌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이 책에서 다루어진 하늘 나는 뱀 이야기 역시 당시 사회의 심리적 풍경을 들여다보는 데 귀중한 역할을 합니다. 한양 도성에서 벌어진 이 이야기가 오랜 세월을 지나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은, 기록이라는 도구가 단지 사실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감정과 인식을 함께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상징
뱀은 본래부터 변화, 죽음, 생명 등 여러 상징을 가진 동물이었고, 그것이 공중에 떠 있다는 것은 불안정한 시대의 예고로 읽히기도 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국가적인 재난이나 왕의 교체, 큰 전쟁이 있기 전 하늘에 특별한 징조가 나타난다고 믿었기 때문에, 한양 도성 하늘을 가로지르는 하늘 나는 뱀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민심을 흔들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로 보면 착시 현상이나 희귀한 자연 현상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구름의 형상이나, 땅에서 솟은 먼지와 빛의 조합이 뱀처럼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 사람들은 그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이를 용재총화 같은 기록에 정리해 남겼습니다. 이는 과학적 설명이 부족했던 시대에 기록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했던 시도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이야기는 ‘하늘과 인간은 연결되어 있다’는 조선의 세계관을 반영합니다. 하늘에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면 그것은 땅 위 사람에게도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성현이 이 목격담을 자세히 기록한 것은 단순한 흥미 때문이 아니라, 당시 사회의 불안정한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하늘 나는 뱀 이야기는 상상과 현실, 두 세계를 잇는 문학적·역사적 다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기록을 읽으며 조선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문화적 경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