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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이 키운 반려동물 이야기

by 인포-한국사 202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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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라는 말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지만, **사람이 동물과 함께 정서적 교감을 나눈 역사**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조선시대 왕실 또한 예외는 아니었으며, 기록에 따르면 다양한 동물이 왕과 왕족들의 곁에서 살아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조선 왕실에서 키운 반려동물의 종류, 관련 기록, 당시의 문화적 의미를 분석해 궁중 속 따뜻한 동물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1. 왕실의 반려동물, 기록으로 남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에는 **왕이 직접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거나, 사망 후 장례를 지낸 사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사육이 아니라, 동물을 ‘가족’처럼 여긴 정황을 보여줍니다.

“상(임금)이 기르던 개가 죽자, 작은 관을 마련하여 궁 밖에 묻고 곡하였다.” – 『영조실록』

이처럼 왕의 정서에 깊이 자리한 반려동물들은 단지 장식용이 아닌, 왕실의 일상 속 존재였습니다.

2. 왕이 사랑한 대표 반려동물

🐶 개 (견(犬))

조선 왕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반려동물은 **개**입니다. 개는 충성과 경계를 상징하며, 궁 안의 경계 및 정서적 위안의 대상으로 사랑받았습니다.

특히 영조는 소형 개를 특히 아꼈으며, 식사 때 직접 먹이를 주거나, 궁인들에게 “개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라고 명했습니다. 일부 개는 왕이 직접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애정을 받았습니다.

🐱 고양이 (묘(猫))

고양이에 대한 기록은 많지는 않지만, 『일성록』에 따르면 정조는 궁중에서 쥐를 잡는 고양이를 칭찬하며 포상을 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궁궐 내 서고나 장서각에서는 고양이가 실제로 쥐 퇴치용으로 사육되었고, 이를 ‘서고묘’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양반 사회에서 미신의 대상이기도 했기에, 왕실 내에서도 그 존재가 음지에 있었고, 이름을 붙이거나 장례를 치르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 매 (응(鷹))

왕의 사냥을 담당하던 매는 반려동물이라기보다는 권력의 상징이자 군사 훈련 동물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세종, 성종, 인조 등은 매를 매우 아꼈고, 특별 사육사를 두어 전담 관리하게 했습니다.

세종은 늙은 매를 방생하거나, 매의 병을 치료하게 한 사례가 있으며, 이는 **생명 존중의 태도**와 연결됩니다.

3. 궁궐 내 동물 사육 공간

왕실에서는 동물을 단지 개인이 기르는 것 이상으로 **관리와 사육 체계를 갖춘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시설이 있었습니다:

  • 사복시(司僕寺): 왕실 말과 가축을 관리하는 기관
  • 장생전(長生殿): 영조가 애견을 머무르게 한 별실
  • 응방(鷹坊): 매를 사육하고 훈련시키던 공간

이러한 시설은 오늘날의 애완동물 병원, 보호소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했으며, 일부 사육사는 동물의 병치레까지 기록했습니다.

4. 반려동물의 죽음과 장례

왕실에서 기르던 동물이 죽으면, 왕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애도를 표현했습니다:

  • 묘지 조성: 궁 외곽에 작은 묘를 조성함
  • 관(棺) 제작: 소형 관을 만들어 장례 지냄
  • 곡례(哭禮): 일정 시간 슬픔을 표현함
  • 금언(禁言): 해당 궁인들에게 동물의 죽음 관련 언급 금지

이는 동물을 물건이 아니라 **정서적 교감의 대상으로 여겼다는 결정적 증거**입니다.

5. 왕실 외 곤궁한 동물 보호 기록

조선에는 왕실 외에도 **민간 동물 보호에 대한 왕의 지시**가 간헐적으로 존재했습니다. 예컨대, **성종은 혹한기에 떠돌이 개를 함부로 죽이지 말 것**을 명했고, **중종은 병든 가축을 불태우는 풍습을 금지**했습니다.

이는 조선 왕실이 단지 ‘사치로서의 애완’을 넘어, 사회적 약자로서 동물을 인식했던 태도를 보여줍니다.

6. 조선의 반려동물 문화가 남긴 의미

조선시대 왕실의 반려동물 문화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지닙니다:

  • 정치권력의 정서적 인간성 표현
  • 궁중 생활의 일상성과 감정의 공간
  • 동물 보호 의식의 초기 형태
  • 조선 후기 동물 묘사 시문학의 기초

이러한 문화는 왕실 내부에 머물렀지만, 일부 양반가에도 영향을 미쳐 고양이를 시로 읊은 문집, 애완견을 그린 민화로도 이어졌습니다.


🔍 마무리 요약

  • 조선 왕실은 개, 매,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을 반려 또는 사육
  • 영조, 정조 등 일부 왕은 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장례까지 치름
  • 궁중에 전담 사육공간과 인력 배정됨
  • 동물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사회적 생명 존중 태도 반영
  • 오늘날 반려동물 문화와도 통하는 정서와 기록 존재

조선 왕실의 반려동물 이야기는 권위의 상징으로만 여겨졌던 궁궐이 생명과 정서가 흐르는 공간이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과거를 통해 오늘의 반려동물 문화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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