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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사라진 조선의 독립 직업군들

by 인포-한국사 202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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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는 엄격한 신분제 아래 다양한 직업이 존재했지만, 오늘날 기준에서 보면 **독립적이면서도 특수한 전문 직업군**들이 다수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시대의 변화 속에 사라지거나 다른 형태로 전환되어 오늘날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조선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잊힌 독립 직업군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사회적 역할과 흥망성쇠의 과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 전기수(傳奇叟) – 조선의 ‘스토리텔러’

전기수는 조선 후기 민간에서 소설이나 전기문을 구술로 들려주며 돈을 받던 전문 이야기꾼입니다. 이들은 한양이나 대도시의 장터, 서당 근처, 다방 같은 공공장소에서 활동했습니다.

전기수는 유생, 상인, 평민 모두에게 인기를 끌었고, 『홍길동전』, 『춘향전』, 『심청전』 같은 판소리 기반의 이야기뿐 아니라, 당시 유행한 중국 고전소설도 낭독했습니다.

“서울에는 소설을 외워 입으로 전하는 자 많으니, 이를 ‘전기수’라 한다.” – 『열하일기』 중

사라진 이유: 활판 인쇄물의 대중화, 문해율 상승 → 낭독보다는 자율 독서로 전환

2. 🎋 방각본장(坊刻本匠) – 조선의 출판인

방각본장은 조선 후기 민간 출판 시장에서 문서, 서적, 소설을 목판으로 인쇄·판매하던 인쇄업자입니다. 이는 오늘날의 자영출판인 또는 독립출판사 대표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상업 중심지인 **청계천, 평양, 개성 등지에서 활동했으며**, 소설이나 유교 관련 문서를 목판에 새긴 뒤 자체 유통망을 통해 판매했습니다.

  • 대표 상품: 『구운몽』, 『옥루몽』, 『장끼전』 등 한글 소설
  • 수익 모델: 판매 수익 + 필사 사본 대여

사라진 이유: 활자 인쇄술 발달 + 개화기 이후 서양식 인쇄소 도입

3. 🎨 도화서 화원(圖畫署 畵員) – 궁중 회화 전문직

조선 왕실 산하의 도화서(圖畫署)에는 그림을 전문으로 그리는 화원(畵員)이 존재했습니다. 이들은 **궁중 행사, 초상화, 기록화, 의례용 도안 등을 전담**한 왕실 예술가였습니다.

대표적인 화원으로는 김홍도, 장승업, 신윤복 등이 있으며, 일정한 품계를 부여받고 **관료로서 활동**한 것이 특징입니다.

“화원 장모는 인물화에 능하였고, 상의원에서도 도안을 그려 상공들에게 전달하였다.” – 『승정원일기』

사라진 이유: 대한제국 이후 왕실 의례 축소 + 서양화 유입 → 회화 양식의 전환

4. 🔮 사주쟁이(四柱爭移) – 거리의 역술인

사주쟁이는 지금의 역술가와 유사하지만, 조선 후기에는 **길거리에서 명리학(四柱)을 바탕으로 운세를 봐주는 독립적인 직업군**이었습니다. 대부분은 중인 계층 출신 유학 낙오자였으며, 일부는 성균관 유생 출신도 있었습니다.

정조 시기에는 “거리마다 사주표를 들고 앉은 자가 많다”는 기록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혼사, 이사, 상장례, 이직, 시험 합격** 등을 점쳤습니다.

사라진 이유: 개화기 이후 유교 질서의 붕괴 + 무속과 분리 불가 → 사회적 신뢰 저하

5. ⚙️ 침술공(鍼術工) – 침만 놓는 전업자

의관(醫官)과는 달리, 침술만을 전문으로 수행하던 직업군도 존재했습니다. 침술공은 왕실이나 중인 가문, 서민층 환자에게 침을 시술하며, 약물 없이 통증 완화나 순환 개선을 유도했습니다.

이들은 의관에 비해 교육 수준은 낮았지만, 실전 경험과 입소문으로 명성을 얻기도 했으며, 일부는 **비선으로 궁중 환자를 치료**하기도 했습니다.

사라진 이유: 침술의학이 한의학 전체로 통합 + 의과 체계 정립 후 단일화

6. 📦 봉죽장(封竹匠) – 서신과 물품을 봉인하는 기술자

봉죽장은 서신이나 선물, 의례품 등을 **‘봉죽(封竹)’이라는 방식으로 밀봉하는 기술자**입니다. 이는 오늘날의 포장 전문가 혹은 공증 서명 기술자에 해당하며, 관청의 공문서나 궁중 외교 선물에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 특수한 매듭, 종이 접기, 봉인 도장 사용
  • 한 번 풀면 다시 접기 어려운 구조로 위조 방지

사라진 이유: 문서 표준화 + 서양식 봉투 및 낙관 도입


🔍 마무리 요약

  • 조선에는 전기수, 방각본장, 화원, 침술공 등 독립적인 직업군 다수 존재
  • 이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 내에서 자영 활동을 전개
  • 인쇄기술, 의학체계, 예술양식의 변화로 점차 사라짐
  • 사극이나 교과서에는 잘 소개되지 않는 ‘잊힌 노동’의 역사

역사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그 의미마저 잊혀선 안 됩니다. 이들 직업은 조선 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보여주는 소중한 흔적이며, 오늘날의 직업윤리와도 통하는 지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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